자극적인 미디어만 고집하는 자녀

중2병? 현재 고집불통 내 아이의 상황을 말해야 할 것 같다.

발달장애와 자폐스펙트럼이 약간 있다는 것을 소아때 판정받았었다.

커가면서 이제 중2가 되었는데, 조금씩 고집과 말을 안듣는 상황! 어떤 대처가 좋을까?
식사나 샤워 등 현재는 뭐든 하라고 하면 안들리는것처럼 혼자만의 시간으로 고집을 피운다.
예를들어 컴퓨터를 해달라하고, 핸드폰, 게임 등 소리나는 자극적인 미디어만 찾아서 해달라고 한다.

현시점 이전에는 냉장고에 도와야할 내용들과 본인이 해야할 것들을 표로 만들어 부착해 두었다. (식탁 닦기, 설거지, 쓰레기 비우기, 신발정리, 빨래개기, 돌돌이 돌리기 등)

규칙과 실행에 대해 정해두고 요구를 들어주는 식으로 잘 지켜왔었는데...얼마전부터 그 무서운 중2병이 왔는지 갈수록 말을 안듣는 고집불통이 되어가고있다.
지금 우리부부는 본인이 약간 혼자 있고, 혼자 하게끔 놔두고 잔소리 없이 약간 그림자처럼..
스스로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느끼게 하고 싶은데 실은 올바른지 잘 모르겠다.


현상황이라면 부모님이 상당히 지친다. 특히 커가며 중2가 되면(중2병)

사춘기의 자율성 욕구와 기존의 발달 특성·자폐스펙트럼의 고집, 전환의 어려움, 특정 관심에 대한 몰입이 겹치면서 갑자기 더 힘들어진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ASD에서는 변화나 원하는 활동의 중단에 어려움을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금 하고 계신 "그림자처럼 대하기"는 조금 바꾸시는 게 좋습니다

아이가 잘못을 깨닫게 하려고 부모가 말을 끊고, 대꾸하지 않고, 혼자 내버려두는 방식은 일반적인 아이에게도 효과가 제한적인데, 자폐 특성이 있는 아이에게는 오히려

"엄마 아빠가 왜 갑자기 나를 무시하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는데 나를 싫어하나?"

라고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보다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지 가르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행동 자체를 바꾸려면 행동의 앞뒤 상황을 살펴보고, 원하는 행동을 강화하는 방식이 ASD 행동중재에서 널리 사용됩니다. 


제가 부모님이라면 이렇게 바꿔보겠습니다.

핵심은 딱 세 가지입니다.

① 미디어를 완전히 빼앗는 것이 아니라 규칙을 만든다.
② 말싸움을 하지 않는다.
③ 좋은 행동을 했을 때 즉시 알아준다.

예를 들어 아들이

"컴퓨터 해줘!"
"게임 하게 해줘!"
"핸드폰 줘!"

라고 계속 요구한다면,

❌ "안 돼! 너는 맨날 게임만 하잖아!"
❌ "왜 말을 안 들어!"
❌ 아무 대답도 안 하고 무시하기

보다는,

"게임 하고 싶은 거 알아. 오늘 게임은 숙제하고 샤워한 다음 1시간이야."

라고 짧게 한 번만 말합니다.

계속 조르면,

"같은 대답이야. 숙제 → 샤워 → 게임 1시간."

정도로만 반복합니다.

그리고 더 이상 설득하거나 잔소리하지 않습니다.


특히 "게임을 보상"으로 활용해 보세요.

아이가 게임을 아주 좋아한다면, 부모님 입장에서는 게임이 적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아이가 강하게 원하는 것을 좋은 행동을 배우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숙제 30분 → 게임 30분

샤워하기 → 게임 20분

스스로 책상 정리 → 핸드폰 15분

이런 식입니다.

중요한 것은

"말 잘 들으면 게임 줄게."

처럼 막연하게 하지 말고 구체적인 행동과 연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아주 작은 행동부터 시작하세요.

예를 들어 "숙제 다 하기"가 너무 어렵다면

책상에 앉기 → 10분 공부 → 게임 10분

부터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좋은 행동을 했을 때는

"지금 네가 말 안 하고 바로 책상에 앉았네. 정말 잘했어. 약속한 게임 10분 하자."

처럼 행동을 정확하게 짚어서 칭찬해주세요. 청소년에게도 구체적인 칭찬은 긍정적인 행동을 반복하도록 돕습니다. 


그리고 "미디어 규칙"을 말로만 하지 마세요.

이 부분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자폐 특성이 있는 아이에게는 부모가 매일

"오늘은 안 돼."
"30분만 해."
"그만해."
"왜 또 게임해?"

라고 말하는 것보다 눈에 보이는 규칙표가 훨씬 이해하기 쉬울 수 있습니다.

자폐 아동에게 일상과 규칙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방법은 널리 활용됩니다. 

예를 들어 냉장고나 책상 앞에 아주 간단하게:

[우리 집 평일 규칙]

  1. 학교
    ↓
  2. 간식
    ↓
  3. 숙제 30분
    ↓
  4. 운동/산책
    ↓
  5. 게임 1시간
    ↓
  6. 저녁
    ↓
  7. 샤워
    ↓
  8. 핸드폰 30분
    ↓
  9. 10시 30분 취침

이렇게 그림이나 체크표로 만들어 주세요.

그리고 게임이 끝나는 시간도

"게임 끝 → 컴퓨터 끄기 → 다음 활동"

으로 시각적으로 알려줍니다.


"5분 뒤에 끝이야"도 효과가 있습니다

특히 게임처럼 몰입도가 높은 활동은 갑자기 끊으면 갈등이 커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30분 전:
"게임 30분 남았어."

10분 전:
"10분 남았어."

5분 전:
"5분 남았어. 이번 판 끝나면 끄자."

끝:
"게임 끝이야. 컴퓨터 끄자."

이렇게 예고합니다.

그리고 약속한 시간이 되면 부모가 감정적으로 싸우지 않고 종료합니다.

"안 끄면 앞으로 일주일 게임 없어!" 같은 큰 처벌을 갑자기 만들기보다는 작고 예측 가능한 결과가 더 좋습니다.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규칙과 부모의 일관된 대응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아들이 화를 내면 어떻게 할까요?

여기가 가장 어려우실 겁니다.

예를 들어

"싫어!! 더 할 거야!!"

하면서 소리를 지른다면 부모가 같이 흥분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짧게:

"더 하고 싶은 거 알아. 하지만 오늘 게임은 끝이야."

그리고 설명하지 마세요.

아이가

"왜!!"
"한 판만!!"
"아빠는 맨날 안 된다고 해!!"

라고 계속해도,

"더 하고 싶은 거 알아. 오늘은 끝이야."

정도로 같은 문장을 반복합니다.

이걸 흔히 broken record 방식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부모가 10분 동안 설명하면 아이는 그 10분 동안 협상의 가능성이 있다고 배울 수 있습니다.


다만 "무시하기"가 완전히 나쁜 것은 아닙니다.

부모님이 하고 계신 방법과 비슷한 기법이 실제 행동중재에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안전하고, 단순한 관심 끌기 행동에 한해서 짧게 관심을 거두는 것입니다. 그리고 행동이 멈추면 바로 부모의 관심과 긍정적인 반응을 돌려주는 방식입니다. 

즉,

"너 잘못했으니까 부모가 너를 없는 사람 취급한다."

가 아니라

"소리 지르면서 요구하는 동안에는 협상하지 않는다. 정상적인 목소리로 말하면 다시 대화한다."

에 가깝습니다.

이 둘은 굉장히 다릅니다.


오히려 부모님이 꼭 해주셨으면 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하루에 10~20분 정도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시간'을 만들어 주세요.

게임도 아니고 공부도 아니고 훈육도 아닌 시간입니다.

예를 들어 아들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린다면 옆에 앉아서

"이거 네가 그린 거야?"
"이 캐릭터 좋아하는구나."

정도만 해주세요.

게임을 좋아하면 게임 자체를 함께 조금 이야기해도 됩니다.

"게임 그만해!"라는 부모와 "게임 얘기를 들어주는 부모"가 동시에 존재해야 합니다.

그래야 부모가 아이에게 통제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안전하고 편안한 사람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지금 중2라 맞는건지 한 번은 재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예전에 발달장애/자폐스펙트럼이 약간 있다고 판정받았다"는 부분이 저는 조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2가 되면서 최근 행동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면 예전 진단만 가지고 '자폐라서 그런가 보다'라고 넘기지 않는 게 좋습니다.

사춘기에는 불안, 우울, ADHD 성향, 수면 문제, 학업 스트레스, 학교에서의 어려움, 또래관계 문제 등이 행동 변화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특히

  • 예전보다 공격성이 심해짐
  • 잠이 많이 바뀜
  • 학교 가기를 싫어함
  • 친구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음
  • 갑자기 위축됨
  • 지나치게 게임에만 몰입함
  • 가족과의 대화를 거의 하지 않음
  • 자해나 죽고 싶다는 말을 함

등이 동반된다면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또는 발달장애/발달행동 전문 진료에서 현재 상태를 다시 평가받아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ASD의 현재 지원 필요 수준과 행동은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지금 부모님에게 가장 중요한 변화는 이것입니다.

지금의

"네가 잘못했으니 우리가 너에게 반응하지 않겠다."

에서

"우리는 너를 사랑하지만, 우리 집에는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로 바꾸는 것입니다.

아들에게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전달해야 합니다.

"엄마 아빠는 네 편이야."
"하지만 네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소리를 지르거나 떼쓰는 것은 안 돼."

이게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부모님 두 분이 같은 규칙, 같은 말, 같은 결과를 사용해야 합니다. 아빠에게 조르면 안 되고 엄마에게 조르면 된다는 식으로 되면 규칙이 금방 무너집니다.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행동지도에서 중요합니다. 

"중2 자폐/발달장애 아들을 위한 실제 가정용 미디어 사용 규칙표"를 부모님 상황에 맞춰서 아주 구체적으로 만들어 사용해 보세요.

예를 들어 평일/주말 게임시간, 핸드폰 시간, 숙제, 학원, 샤워, 취침, 게임 종료 때 떼쓰는 경우의 부모 대처 문장까지 넣어서, 냉장고에 붙여놓을 수 있는 한 장짜리 규칙표 형태로 만들어 보시면 좋아요!